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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 '삐끗' 우습게 봤다간… '발목 불안정증' 거쳐 관절염 직행


강추위에 잔뜩 몸을 움츠리며 걷는 겨울철에는 빙판길이나 눈이 쌓인 미끄러운 길에서 발목을 접질리는 '발목 염좌'를 경험하기 쉽다. 대다수는 파스를 붙이거나 며칠 쉬면 나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다시 발목을 삐끗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인대가 발목을 단단히 잡아주지 못해 평탄한 길에서도 휘청거리거나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만약 발목이 다시 꺾일까 두렵고 제대로 걷기 어려운 상태라면 이미 '발목 불안정증' 단계에 놓인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연골이 마모돼 '발목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목 염좌 방치하면 '무력감' 동반한 만성 불안정증으로 악화
발목 염좌는 발목 관절을 지탱하는 인대가 꼬이거나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급성 외상 질환이다. 발목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급격히 꺾이면서 인대가 파열되면 통증, 압통, 부종, 멍 등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보행이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느낀다. 

정형외과 전문의 문준기 원장(중앙탑정형외과의원)은 "발목 염좌는 인대 손상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한다"며 "1도는 인대가 미세하게 손상돼 경미한 통증이 있는 상태, 2도는 인대가 부분 파열돼 발목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 3도는 인대가 완전히 파열돼 극심한 통증과 관절 불안정성이 두드러지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 없이 염좌가 반복될 때다. 손상된 인대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발목을 접질리는 과정이 반복되면, 인대가 외력을 버티는 힘이 약해지는 '만성 발목 불안정증'으로 이어진다. 이는 관절이 비정상적으로 헐거워진 후유증적 질환으로, 일상생활 중 발목에 힘이 빠지는 무력감을 느끼거나 계단을 이용할 때 발목이 덜렁거리는 듯한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다. 

문 원장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만성 불안정증 환자는 '돌부리만 밟아도 발목이 꺾인다'거나 '조금만 길이 울퉁불퉁해도 쉽게 삐끗한다'며 불안감을 호소한다"며 "만성기에는 추가 손상이 없다면 통증 자체는 급성기보다 덜할 수 있지만, 인대 기능 저하로 인해 반복적인 염좌가 발생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염좌라면 'RICE' 처치, 만성 불안정증이라면 '기능적 재활'이 핵심
발목 부상은 상태와 시기에 따라 치료 접근법이 다르다. 급성 염좌 초기에는 정확한 상태 확인이 필요하므로 방사선 사진(X-ray)를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하고, 초음파 검사로 인대 파열이나 연부조직의 손상 정도를 세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파열이 심하거나 동반 손상이 의심되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정밀 진단을 진행하기도 한다. 

문준기 원장은 "진단 결과에 따라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하는데, 핵심은 'RICE 요법'"이라고 강조했다. RICE 요법이란 안정(Rest), 냉찜질(Ice), 압박(Compression), 거상(Elevation)을 의미하는 응급 처치법이다. 손상 정도에 따라 보조기 착용, 부목 고정 치료를 병행하며, 소염제 등 약물 치료를 통해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채 방치된 발목 불안정증은 단순한 휴식만으로는 호전되기 어렵다. 이때는 발목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능적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 문 원장은 "비골건 강화 운동을 통해 근육이 손상된 인대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고, 균형 감각 훈련을 통해 신체 조절 능력을 되찾는 '고유 수용성 감각' 훈련이 필수적"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목 보호대나 테이핑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만약 재활 치료 이후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발목이 계속 접질린다면 느슨한 인대를 다시 당겨주는 인대 재건술이나 봉합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삔 발목 방치하면 '젊은 관절염' 된다… 무릎보다 진행 속도 빨라 주의
발목은 다른 관절에 비해 외상 위험이 매우 크며,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이른 나이에도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보통 60대 이후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무릎 관절염과 달리, 발목 관절염의 약 70~80%는 과거 염좌나 골절을 방치해 생기는 '외상성 관절염'이다. 이 때문에 20~40대의 젊은 층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된다. 

이에 대해 문준기 원장은 "만성 발목 불안정증이 지속되면 관절이 정상적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특정 위치에 미세한 손상이 반복적으로 누적된다"며 "이러한 과정이 결국 외상 후 발목 관절염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핵심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발목의 구조적인 취약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발목은 무릎보다 관절면이 좁지만, 보행 시 견뎌야 하는 체중 부하의 압력은 훨씬 높다. 따라서 한 번 불안정증이 생겨 연골 손상이 시작되면 무릎보다 관절염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며,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통증과 기능 제한 등의 불편함 역시 더 크게 나타난다. 문 원장은 "발목 관절염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단순 노화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외상 발생 시점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증 사라졌다고 완치 아냐"… '방심'이 부르는 후유증
많은 환자가 뼈에 이상이 없으면 염좌를 가볍게 여기고 파스나 찜질 등 자가 치료에 의존한다. 하지만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은 미세 골절이나 연골 손상이 동반되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은 필수다. 특히 자가 치료 시 흔히 하는 실수가 '찜질' 방법의 선택이다. 손상 초기에는 혈관이 확장돼 부종과 염증이 심해질 수 있어 온찜질은 피해야 한다. 적어도 손상 후 약 48~72시간 동안은 냉찜질을 통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붓기를 가라앉히는 것이 정석이다. 

문준기 원장은 "가장 위험한 오해는 '발목은 놔두면 그냥 낫는다'는 생각"이라며 "통증이나 부종이 줄었다고 곧바로 일상에 복귀하거나 운동을 재개하면 발목 통증이 만성화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반복적으로 발목을 삐끗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태도 역시 지양해야 한다. 발목이 자주 접질린다는 것은 이미 인대의 기능과 신체 균형 감각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문 원장은 "이러한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단순 염좌를 넘어 발목 골절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간혹 무리하게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따라 하다가 상태가 악화되기도 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본인에게 맞는 운동법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겨울철 낙상 주의, 발목 지지력 높이는 '비골건' 강화
건강한 발목을 유지하려면 부상을 유발하는 환경을 피해야 한다. 눈이나 비로 인해 지면이 미끄러운 겨울철에는 비탈길이나 돌부리가 많은 길은 피하고, 뒤축이 잘 잡히는 편한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발목 인대가 약하다면 미리 발목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테이핑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된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근력 강화도 필수다. 특히 발목 바깥쪽을 지탱하는 비골건(비골근) 강화가 효과적이다. 의자에 앉아 탄력 밴드를 발등에 걸고 발바닥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동작을 수시로 반복하면 발목 지지력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한 발로 서서 버티는 연습을 통해 '고유 수용성 감각'을 깨우면 발목이 꺾이려는 찰나에 뇌가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문준기 원장은 "운동 전 비골건과 아킬레스건을 충분히 스트레칭하는 습관은 부상 예방의 기본"이라며, "무엇보다 발목을 삐끗한 뒤 통증이 반복되거나 불안정감이 지속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절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